가라오케병 [karaoke 兵]의 추억

2007.05.03 23:22

midiolin 조회 수:1140

학생들과 같이 레슨을 하다보면
음정이든, 박자든 이상하게 꼭 틀리는 부분은 계속 틀리는 경우를 늘 경험합니다.
전주에도 그랬고, 전전주에도 그랬고
한번 틀린 부분은 이상하게도 잘 '기억'하고 있는지 꼭 그 부분은
그냥 틀리는게 아니라 매번 거의 똑같이 틀리곤 합니다.

오늘도 레슨을 하다가 틀린데 또 틀리는 학생에게 똑같은 조언을 해주다
문득 옛날생각이 났습니다. ^^
다름아닌 군악대 시절... 학생이 '군대이야길' 들을만큼 큰 학생이 아니라
이 이야긴 못해주고 이곳에 적어봅니다.

제가 육군 제 57사단에서 본부대에서 군악병으로 복무하던 90년대 초 이야깁니다.
어느 날인가는 사단장 관사에서 큰 파티가 있다고 해서 불려갔는데
왜 불려갔냐하면...다름아니라 '노래방기계'를 파티때 조작할 사람이 필요하다는 거였습니다.

사단장의 관사라는 것은 이를테면 별장같은 개념입니다.
그곳에 올라가면 진짜 별천지였습니다. 산 꼭대기에 넓직한 정원까지 있는
그야말로 군사지역만 아니라면 기가막히게 멋진 곳이었죠. 암튼...
그곳에 올라가서는 무엇을 했냐면 사단장님이 좋아하시는 노래의 리스트를 뽑고
최대한 빨리 원하시는 곡을 선별할 때 그 곡을 눌러서 노래진행이 매끄럽게 되게 하는
그런 임무를 맡게 되었습니다. ^^;
일명 가라오께병이 되었던거죠.

여차저차... 파티는 무르익고 사단장님의 선창이 끝나고
이제 중급간부들의 노래가 이어졌는데 슬슬... 문제가 생기기 시작하더군요.
왜냐하면 이분들의 노래솜씨가 '영 아니올시다'였기 때문입니다.

제가 가만히 있었겠습니까? 나름대로 군복무에 충실해야한다는 충성심(?)에
리모콘조작에 사활을 걸고 있었기 때문에 노래부르는 간부의
박자와 음정이 변하면 정말 나름대로 열심히 그 박자와 음정을 맞춰준다고
기를 쓰며 맞춰줬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아무리 박자를 맞춰주려해도, 아무리 음정을 맞춰주려해도
이상하게도 음정을 내려주면 내려주는대로 올려주면 올려주는대로
참 희한하게도 틀리게 부르더군요. ^^ 그때는 몰랐지만
나중에야 알게 되었지요. 그 음감이라는게... 그렇게 쉽게 바뀌는게
아닌거구나라는 사실을요...

당시만 해도 아직 노래방 초창기여서 그랬는지 혹은 연세가 제법 있었던
분들의 노래여서 그랬는지 '자기나름대로의 노래'의 틀을 벗어나는 일이 결코 없었습니다.
결국 노래방기기의 반주 따로, 노래따로... 참 진땀흘렀던 밤이었습니다.



p.s.
'첫번째 기억'이라는 게 그렇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논산훈련소에서 배웠던 군가와 자대배치받고 국군방송에서 틀어줬던 그 똑같은 군가가
완전히 다른노래처럼 들렸던 사실에 충격받고 고쳐부르려고 (나름대로) 아무리 애를 썼지만
군대를 제대한 지금도 논산훈련소에서 죽을고생하던 훈련병시절에 부른 노래의 멜로디만 기억나지
제대로 된 군가는 절대로 기억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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